10
10월
2019

음악감상에 목숨걸기 (feat. Empire Ears)

미국의 엠파이어 이어스는 고가의 IEM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며, 신제품이 나올때마다 항상 화제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운 라인업이 발표되었는데, 가격은 기존 X series 중 최고가의 이어폰을 뛰어 넘는다. 그 소리가 궁금해서 새로 발표된 발키리와 레이스를 셰에라자드에서 청음을 해보았다.

TL;DR

Valkyrie – 고음이 강하지만 극저음 역시 인상적.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벼운 음이라, 라이브나 재즈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소리.
Wraith – 이전 라인업에서 저음이 보강되고, 모든 음이 균형있게 들리는 레퍼런스 사운드.

하지만, 너무 비싸다. 튜닝을 열심히 했고 신기술도 많이 적용되고 실제로 좋은 소리이긴 하지만, 이것을 위해 이정도의 투자가 필요한가?


발키리(Valkyrie) – 1DD, 1BA, 1EST

최근의 이어폰들은 서로 다른 종류의 드라이버를 혼용해서 각각의 장점을 모두 취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이 이어폰은 엠파이어 이어스에서 드라이버 3종 혼용의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시중에 돈백 넘는 고가의 이어폰들은 일반 핸드폰 정도로는 구동이 어려울 정도로 큰 출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녀석 역시 파워가 좀 필요하다. 심지어 LG G8 정도의 핸드폰으로도 비어 있는 느낌을 받아서 매장에 비치된 플래뉴 상위기종의 DAP로 청음을 했다. 음…

일단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의 DD 파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자칭 WEAPON IX라는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저음 성능이 이제까지 경험했던 드라이버 중에서 가장 강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발키리는 그 W9 드라이버를 사용하면서도 기존 x시리즈와 비교해서 특별히 저음이 강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다만 극저음 영역의 존재감은 아이러니하게 잘 드러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극저음+2, 저음+1, 중음-1, 고음+3 정도의 강한 V 튜닝이었고, 대편성보다는 라이브나 재즈에 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레이스(Wraith) – 7BA, 4EST

이어폰이라는 좁은 공간에 때려넣을 수 있는 드라이버는 몽땅 다 때려넣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어폰 치고는 거대하다. 하지만, 고가의 DAP와 비교해서 들어보니, 발키리와는 다르게 LG G8 정도의 스마트폰으로도 제 성능이 발휘되는 것 같았다.

이 이어폰은 가격적으로 X series의 최상위 기종 “레전드 X”와 자꾸 비교가 되지만, 사실은 레퍼런스나 모니터링에 특화된 라인업의 최상위 “팬텀”과 비교해야 한다. 다만 나는 음악 감상에서는 레퍼런스 취향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 이어폰은 내 성향은 아니라고 예상했다.

팬텀과 비교하자면 확실히… “좋긴 좋다!” ㅎㅎ 저음역이 확실히 보강되었고, 그것에 맞게 중고역 역시 밸런스가 맞게 잘 튜닝된 느낌. 나 자신도 “오 이거 꽤 괜찮네”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평가할 수 있는 소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라인업은 어느정도 공통적인 특징이 느껴졌다.

  1. 소니온의 정전형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의 정전형 드라이버는 외장 앰프가 필요했지만, 소니온의 제품은 자체 변압기를 이어폰 안에 넣을 수 있어서 외장 앰프가 꼭 필요하지 않다. 장점은 100kHz에 도달할 정도로 넓은 리스폰스, 단점은… 다른 드라이버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 귀의 한계는 20kHz이기 때문에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다.
  2. 공통적으로 좀 더 대중에 친화적인 소리로 바뀌었다. 이전에 출시된 이어폰들에 비해 개성이 떨어진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대신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로 평가받을 것 같다.
  3. 엠파이어 이어스는 이른바 “찰랑찰랑”, 일본어로 “돈샤리”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좀 어둡고 웅장하며 스테이지가 넓다는 것이 최근 라인업들의 특징인데 이번 제품들도 역시 이 특징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발키리가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역시 같은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4. 드라이버를 적게 쓰든 많게 쓰든 스테이징이 꽤 넓다. 이어폰은 물리적으로 좁은 스테이징이 가장 큰 약점인데, 엠파이어 이어스는 이 약점을 잘 극복하고 있다. 이것은 측정치 그래프만으로는 예상할 수 없고, 청음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5. 둘다… 너무너무 비싸다.

가격은 정말.. 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정발 가격이 좀 심각하긴 하지만, 현지 가격도 1599$, 3499$로 결코 싸지는 않다. 이것이 바로 제목을 자극적으로 지은 이유…

개인적으로는 선물받는다면 쓰겠지만, 결코 내돈 주고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실 엠파이어 이어스는 이어폰 플랫폼으로써 가장 좋은 소리와 비싼 가격을 지향하지만, 솔직히 헤드폰 쪽이 훨씬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래도 “열심히 일한 나 이런것 하나 정도는 사고 싶다” 하는 분께 추천드리는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은 바로 네메시스.

위에 언급했지만 엠파이어 이어스의 W9 드라이버는 정말 칭찬할 만한 특유의 저음을 자랑하는데 이 이어폰은 고음도 꽤 괜찮다. 강렬하고 입체적이며 넓은 스테이징의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주지만, 피로감도 쉽게 찾아오는 단점이 있으므로 장시간 청음으로 테스트해보는 것이 필수이다. 솔직히 250만원을 한 10분 듣고 펑펑 지를 수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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