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8월
2007

영화 ‘화려한 휴가’ 감상기

사내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7월 26일 서울극장에서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하였습니다. 행사 덕분에 영화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닌, 상영 전에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안성기 님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안성기 님은 역시 멋지십니다. ㅠㅠ

제 고향이 전남 광주입니다. 또한 1980년 2월 생이구요. 제가 태어난지 3달 후에 5.18 사태가 생겼었죠. 그래서 직접적인 사건 관련자는 아니었고, 당시 저희 부모님과 친척 일가도 직접 싸우는 쪽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희생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저에게 있어서 5.18 사태는, 광주 시민들과는 상대적으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제3자 입장입니다.

따라서 당사자로서 영화의 리얼리티나 정치성이 아닌, 영화 자체에 맞춘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영화 보기 전에 왜 제목이 “화려한 휴가”인지 의아했는데 그때 당시의 작전명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 하긴 이건 모르셨던 분이 더 많겠지만요…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꽤 괜찮게 봤습니다. 군사, 정치적인 입장이나 역사적인 관점을 배제하고 최대한 일반 시민의 눈에 비춰진 상황 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영화의 시점은 잘 표현되었구요. 또한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거의 사실에 근거하여 재구축되었고, 특별히 극화를 위해서 들어간 허구적 요소는 코믹적 요소를 빼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에서 보자면 5.18 사태는 다뤄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어느 입장에 더 감동을 받을지 판단하는 상업적인 입장과 국내 정치를 이끌어나가는 일부 무리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정치적 입장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김지훈 감독님은 어느정도 안정된 시점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5.18 사태는 일반 광주시민 입장에서는 너무 슬픈 사건이었습니다. 따라서 영화 자체도 슬퍼질 수밖에 없지만, 조연으로 나오는 박철민 님(인봉), 박원상 님(용대)의 코믹 연기로 때때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포인트도 있습니다. 이게 불만이신 분도 있던데, 제가 보기엔 아무리 슬픈 영화라도 이런 코믹요소마저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굳이 보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가 가지는 시점 내에서는 거짓이나 왜곡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신 분이 따로 5.18 사태에 대해 무수한 사진자료를 찾아보고, 역사 공부를 하여 인식을 바로 잡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다 나쁜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실 것까지는 없구요…

단지 이것만 기억해주시면 되겠습니다. 5.18 사태에 무참하게 짓밟힌 피해자는 국내정세 덕분에 졸지에 “폭도”가 된 선량한 일반 시민이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 대사처럼 그것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 뿐입니다.

PS. 관심 있으시면 각 포털에서 “화려한 휴가” 또는 “5.18” 등을 검색하시면 정치적 이슈, 관련 실화라던가 뒷이야기 등 많은 자료를 자세히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

PS2. 영화에서 나오는 배경 중, 초반에 나오는 전남대학교 정문 시위장면은 당시의 전남대학교 정문의 셋트장이 아닌, 현재 전남대학교 정문입니다. 이게 2000년 초반에 개축되었었거든요. ㅎㅎ 그리고 시내 추격신이나 방송 장면, 시외의 버스 학살 사건, 소풍 장면 등을 제외하면 거의 셋트장에서 촬영된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많이 보아왔던 장소들이 실제로 영화화 되는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