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12월
2004

병역특례요원 4주 훈련기 – 4주차

이 기록은 작년인 2003년 11월 한달동안 다녀왔던 병특 훈련에 대한 일기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주입니다. 들어갈때는 대체 언제나가나… 시간은 언제가나 했는데… “닭의 목을 비틀어도 병무청 시계는 흘러간다” 라고나 할까요? ㅎㅎ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분이 몇분이나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 혹시 도움이나 되었을까 모르겠습니다.

2003년 11월 17일(월) ~ 2003년 11월 22일(토) 27사단 이기자부대 11중대 훈련


11월 17일 (월)

마지막 4주차의 하이라이트라면 유격과 야간행군을 들 수 있다. 오늘은 유격을 하는 날. 유격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PT체조가 있고, 유격훈련장의 진흙탕물과 가파른 언덕을 잠시도 쉬지않고 도는 것이 생각날 것이다.

PT체조는 오전일정에 있고, 오후에는 유격훈련이 있는데, 보충역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유격장을 가지는 않고 연병장 주변의 간이유격코스를 이용한 훈련을 한다. 어쨌든 이제까지 있던 훈련중에서는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유격훈련. 우선 PT체조는 8번이 매우 고되다. 그런데 보충역, 병특에게 희소식이라면 내년(2004년)부터 유격 훈련이 없어진다고 하니… OTL 써도 별로 재미는 없을듯 하다.

어쨌든 고된 훈련이 끝나고.. (마지막에 교관들이 욕하고 싶으면 마음껏 하라고 수초를 준다 -_-) 힘없는 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은후 샤워와 면도를 시켜준다. 다음날에는 야간행군이 있기 때문에 간단한 군장체크를 한 후 별다른 간섭없이 바로 취침할 수 있었다.

11월 18일 (화)

야간행군은 주간행군과는 달리 굉장히 빡세다. 거리도 거의 두배가 되고, 군장도 간이군장이 아닌 완전군장이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 오전에는 행군과는 관련없는 이론강의, 오후에는 군장준비가 주요 일정이었다. 오후6시에 출발이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4시부터 먹은 후 준비를 하다가 6시에 출발하게 되었다.

챙기는 물품은 모포, 포단, 수통, 방독면, 야삽, 우의, K-2소총 등이다. 수통도 처음 자신의 자리에 있는 것이 깨진다던가 이상이 있는것들이 많기 때문에 일일히 교환을 하게 되며(가다가 물마셔야지), 모포나 포단의 경우 특히 무거운 것들이 몇개 있기 때문에 그런거 잘 피해서 가벼운 것들을 골라가는 게 좋다. (물론 동기들끼리 잘 도와주므로 걱정 안해도 됨)

코스는 저번 주간행군의 초반에 산길과는 달리 이번에는 산을 돌아서 평지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왕복 약 25km의 길이다. 초반에는 평지지만 역시 후반엔 가파른 길이기 때문에 힘이 많이든다. 게다가 어제 유격을 마쳤기 때문에 그 여파가 아직 남아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다녀온 것 같다. 그래도 전체 264명중 두명만 빼고 나머지가 전부 완주를 했기에 교관들이 꽤 흡족해한것 같다.

다녀와서 취사병들이 밤참으로 라면을 끓여줬다. 물론 국물 거의 없고 다 불어서 맛이없긴 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꽤 먹을만 했던것 같다. 상당히 늦은 관계로 12시 반에 취침에 들어갔다.

11월 19일 (수)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ㅠ_ㅠ 보통 야간행군을 다녀오면 발이 엉망이 되는데 난 그래도 군화가 괜찮았던 편이었고 준비도 많이 해서 발꿈치 부분에 작은 물집이 하나 있을 뿐이라 다행이었다.

Update in. 2019.04.19
보통 발을 혹사시키는 운동도 그렇지만, 군대에서 행군할때에는 군화 끈을 묶을 수 있는 만큼 꽉 묶는게 좋다.

오늘은 대체로 이론교육이 주요 일정이었다. 앞으로 큰 훈련도 없기 때문에 이젠 쉬면서 며칠만 기다리면 훈련이 끝날 터였다. 대신, 내일 새로 취임한 사단장이 27사 훈련대대를 방문한다 하여!! ㅠ_ㅠ 하룻내내 청소만 한것 같다.

11월 20일 (목)

오늘도 어제와 연속으로 청소를 했다. 좋은점이라면, 그 청소 때문에 아침에 점호와 구보 다 생략했다는 것 뿐일듯… 제대로 쉬지를 못해서 상당히 피곤하다.

그런데 그 중요한 27사단 사단장이 아침시간에 와서 점심도 먹기 전에 갔다고 한다. 청소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다 모아놓고 깨끗해서 기분좋다.. 라고 해줘야 좀 보람이 있을것 아닌가.. ㅠ_ㅠ 뭐 나중에 생각해보니, 사단장 급이 굳이 훈련병들 앞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 배려인 것 같다.

오전엔 태권도 실습이 있었는데, 부슬비때문에 취소되고 실내에서 그냥 시청각교육(=휴식)으로 대체되었다. 오후엔 비좁은 체력훈련장에서 250명이 빼곡히 모여앉아 정훈장교(여군이었음)의 정신교육을 받았다..(지만 앞줄 빼고는 거의 다 졸고 있었던거 같다)

이제 집에 돌아간다는 분위기가 실감나기 시작한다. 일단 전투복에 달았던 주기(이름표)를 다 뜯고, 관물대의 이름표도 뜯었다. 그리고 비용정산(여비지급) 등의 절차가 있었고, 저녁에는 막간의 PX를 이용한 다과회도 있었다. 소대장 간담회와 각 내무반의 분대장들이 돌아가면서 좋은 말을 해줬던 것 같다. 우리는 우리대로 기분이 UP되어서 기분좋게 “감사합니다!”라고 외칠수 있었다.

11월 21일 (금)

마지막 정식교육이 있는 날이다. 오전의 정신교육으로 모든 교육일정이 끝나게 된다. 그리고 오후에는 연대장의 정신훈화가 있었다. 주요 내용은 훈련받느라 수고했고, 여기서 배운 마음가짐으로 사회에서도 열심히 생활해라.. 라는 내용이었다.

혹시 처음 글에 보면 입소식을 잘해야 그 기수가 편할지 불편할지 결정된다고 하는 글이 기억날까..? 입소식과 마찬가지로 퇴소식도 매우 중요하다. 오후늦게부터 시작된 퇴소식 연습은 이제까지의 놀던 분위기(?)랑은 사뭇 틀리게 빡세게 진행되었다. 끝까지 긴장풀지말고 제대로 하란 뜻일까? 우리들은 “그래도 마지막인데 까짓거 열심히 해주지!!”라는 생각으로 연습에 참여했던 것 같다.

11월 22일 (토)

드디어 퇴소식.. 오늘 저녁부터는 편한 집에서 신나게 잘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참 마음이 들뜨게 된다. 그래서 빡세게 굴릴줄 알았던 점호와 구보는 생략되었다. -_-; 하지만 대신에 어제에 이어서 퇴소식 연습은 우리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_-;

날씨는 꽤 추운 편이었다.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바닥에서 굴렀는데, 바닥이 상당히 딱딱했다. ㅠ_ㅠ 아무튼 퇴소식… 다들 정신을 바짝 차린 상태이기에 실수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습과 달리 허무하게도 퇴소식은 빨리 끝난다. 이때부터 일반인들이 들어올 수 있게 되는데 퇴소식은 일반인들(친구나 가족들)도 마중와서 다 보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끝난 후에 각 내무반에 돌아가서 예전에 정리해 두었던 각자 사복을 다시 꺼내 입고 처음 이 내무반에 들어와있던 것처럼 정렬해 앉았다. 여기서 정식으로 훈련을 마치게 되면 이제 돌아가게 되는 것이기에… 안녕~ 잘있어 나의 K-2야… 각자 내무반 모습을 기억해두기에 바쁘다.

이윽고 마지막 집합. 여느때처럼 힘차게 질서정연하게 나와서 재빨리 막사 앞에 정렬하였고, 드디어 중대장의 선언으로 훈련이 끝났다. 훈련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가족들과 재회했고, 다른 분대장이나 소대장들에게 감사의 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분대장에게 헹가레를 시켜주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넘의 훈련만 끝나면 실컷 약올려주고 복수를 하겠다는 -_-;; 마음들은 다들 없어진듯 하다. ^^

택시를 타고 마을의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복귀. 나의 4주 훈련은 이렇게 끝이 났다…


여기까지입니다~ 🙂

개인적으로는 군대는 합법적으로(?) 안갈 수 있다면 안가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역시나 군사 훈련도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게 무슨 뜻인지 실감할 수 있는 게 군사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가셔야 하는 분들은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 또는 공익 등 4주차 훈련) 아 이렇게 진행되는구나… 정도로, 갔다오신 분들은 아 이런일이 있었지…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거 같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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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JH 댓글:

    힝… 저희는 야간행군 37km정도였습니다.
    걸음걸이가 좀 특이한지 물집이 크게 잡혀서 고생했었지요;;

  2. 플저드 댓글:

    JH// 그랬군요… 에구 고생많이 하셨네요..
    뭐 원래 군대가 중간에서 적당히 하는게 제일 편하지 않습니까? ㅎㅎ 다른 사람들 요령 따라하다보니 적당히 잘 끝난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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