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8월
2004

병역특례요원 4주 훈련기 – 1주차

이 기록은 작년인 2003년 11월 한달동안 다녀왔던 병특 훈련에 대한 일기입니다. 제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구요. ^^ 병특을 없앤다고 하는 추세라 얼마나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병특훈련가실 분이 계신다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 포스트합니다.

그때 꾸깃꾸깃 가져왔던 일기장을 옮겨놓을 생각을 하고 보니 양이 상당히 많아서 orz하던 도중 오늘에야 시간이 좀 남아서 이제부터 1주차부터 4주차까지 네번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포스트 숫자 늘리려는게 아니에요.. orz 진짜로 양이 많아서 그래요. 믿어주세요~ ㅠ_ㅠ

편의상 평어체를 쓰게 되겠으니 양해해주시구요. ^^

저는 2001년 3월부터 병특 업무를 시작해서, 작년인 2003년 10월 27일부터 11월 22일까지 4주동안 훈련을 받았고, 올해 2004년 3월에 소집해제(제대) 했습니다. 훈련 장소는 27사 이기자부대였습니다.
생각해보니 훈련 전의 준비사항이나 소감등은 따로 한번 포스트를 더 해야겠네요. ^^


10월 27일 (월)

드디어 날이 밝았다. ㅡ.ㅡ 어색한 머리를 하고, 촌스런 하얀 운동화를 신고, 출소할때 11월 하순인 관계로 약간 두꺼운 옷을 입고 2호선 강변역 강변터미널로 갔다. 이미 그 시간엔 나 말고도 나처럼 머리를 깎고 사창리를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아서 힘들지는 않았다.

이번에 받은 27사 ‘이기자부대‘는 먼저 강변터미널에서 ‘사창리’로 가는 버스를 탄다음에 도착해서 약 4000원 정도의 택시비를 부담하면 갈 수 있다. 시간은 너무 이르지 않아도 되고 9시쯤 출발하는 버스 타도 된다. 사창리 도착시간은 11시 40분. 우연히 전직하기 이전의 회사 동료와 만나서 같이 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한달동안 맛볼수 없는 이 맛을 아쉬워했다. (여담으로 라면은 한두번 먹을수 있음-_-)

택시로 ‘신교대’에 간다고 말 안해도 머리깎은거 보니 알아서 데려다 주더군. 도착하니 참 암울하다. ㅠ_ㅠ 처음에는 배웅하는 친인척들도 많아서 훈련병들도 그때는 손님처럼 이곳저곳 둘러볼수 있었다. 화장실도 맘대로 쓰고(-_-) 막사나 비품등을 구경했다.

환영식 행사가 시작하고 일단 친인척들 손님과 함께 손님대접으로 있던 훈련병들. 벤치에 앉아서 앞에서 대대장과 인사장교의 인사를 들었다. 조교들도 나와서 우리들에게 거수경례를 해준다. 그리고 훈련병들은 연병장에 나와서 줄을 대충 서고, 친인척을 향해 거수경례를 나름대로 멋지게 했다. “이기자!” (나중에 생각하면 쪽팔린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고 친인척과 손님들은 돌아간다. 드디어 시작이다! ㅠ_ㅠ

그날은 별다른 일은 없었다. 물론 조교들이 닥달하기는 하지만 처음이기 때문에 실제로 얼차려를 주거나 하지는 않고 첫날은 말로만(?) 한다. 그리고 훈련병이라는 말을 줄여서 ‘훈병’이라고 표현하게 된다.

처음에 연병장에 다시 모여서 병무청 관계자들이 신원확인과 오지 않은 사람등을 확인한 후 떠나고 드디어 10개의 내무반으로 나뉘게 된다. 내가 속한 곳은 1내무반. 원래 내무반 정원이 20명이고 내가 속한 11중대는 8개 내무반인데 숫자가 많아서 10내무반이 되고 내무반 인원도 26명이나 되어서 좀 좁았다. 저녁에는 여러가지 가정환경이나 적성을 조사하며 각종 보직을 정하는 일(대충 창가와 문가에 자리가 있을경우 보직을 받을 확률이 높다!) 등이 있었고 청소도 하고 바쁘게 하다보니 어느덧 10시. 집에선 새벽 2-3시에 자는 건 우스운데, 그렇게 일찍 자려니 적응도 안되네.

하지만 10시부터 6시까지 계속 잠만 잘수는 없다. 불침번이 있기 때문에. 26명이 있는 내무반에서 한시간에 2~3명씩 돌아가기 때문에 불침번이 없는 날은 거의 없다.

10월 28일 (화)

아침에 일어나서는 바로 점호를 한다. 오늘은 원래 있던 알통구보나 도수체조등의 절차는 생략하였다. 지난밤에 비가 많이 와서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기에 깔깔이와 목도리 등이 지급되었다.

오늘은 입소식이 있다. 전날 한것은 그냥 배웅하는 것이고, 실제로 대대장, 연대장급이 참여하는 입소식은 오늘 오전에 하게 되어 있다. 이 입소식만은 잘 치러야 한달간의 훈련이 괴로운지 그나마 할만한지 결정이 되니 중요체크! 그 후에는 대대장과 만남의 시간이 있었다. 그냥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인데, 요약하자면 “한달 훈련 잘 하기 바란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불이나 옷등의 이른바 “각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_- 이불과 의류를 개어놓고 접은면이 90도의 네모모양이 나게 손으로 잘 만져주면 된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또다른 생활환경조사나 설문지 작성등을 했다.

오후에는 군법 비디오 시청과 도수체조 수업이 있다. 도수체조는 국민체조의 군대 버전이라고나 할까. 국민체조에 비해선 약간 동작이 과격(?)하다. 물론 처음부터 이걸 다 외운다는 것은 무리. 오늘은 관람만 하고 실습은 추후로 한다고 한다.

늦은밤인 8~9시쯤에 간식이 나왔다. 인스턴트 쌀국수와 맛스타. -_-; 그 유명한 맛스타는 그래도 먹을만하고 어떻게 보면 이런 생활 중에는 참 맛있었지만, 쌀국수는 제대로 끓은 물도 안부어주고 먹느라 아주 고역이었다. 그래놓고 인심쓰는듯이 말하는 조교들. (나중에 생각해보면 조교들도 제대로 먹여주고 싶어서 참 고생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Update in 2019.04.19
거진 18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쌀국수 컵라면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있다. 얼마나 맛이없었는지..

화장실은 갈 기회가 있으면 안가고 싶어도 항상 가는 것이 팁. 시험날 팁과 똑같다. 아하하~ 추가하자면 평소에 바지 지퍼를 열어놓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왜냐면, 가보면 안다고 말하고 싶다. ㅠ_ㅠ 특히 앞으로 1-2주정도는 훈병들은 엄청나게 긴장을 하기 때문에 십중팔구 신경성(?) 변비에 걸리기 때문에 기회있을때 가는 것이 좋다.

10월 29일 (수)

오늘 아침점호도 역시 구보는 생략되었다. (도수체조는 아직 배우기 전) 다행히 날씨가 약간 풀렸다. 오늘은 처음으로 K-2 소총을 잡은 날이다. 군대에서 총이란 나같은 직업에 있어서 “키보드”라고 해도 많이 서운할 정도이며 아주 중요한 군인의 아이템(?)이다. 이건 실제로 총을 군대에서 어떻게 다루는가 보면 이해가 될것 같다. 그만큼 중요하다. 물론 탄과 탄창은 볼 수 없으며 각 내무반에 비치되는 총기는 철저한 관리(보직이 따로 있음) 하에 맘대로 만져볼 수 없게 되어있다. 물론 만지고 싶지도 않다. ㅡㅡ;;;

일단 오늘은 이 탄창없는 총을 가지고 훈련장이 있는 산(?)에 올라가 경계에 대해 배우게 된다. 경계란 말 그대로 보초나 주변 상황 감시, 이동간에 엄호 등을 말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야외에서 이론교육(오전)과 실제 실습(오후) 등을 하였다. 돌아올때는 이동간에 경계도 실습한다. 총소리 들리면 주변에 얼른 숨어서 입으로 “팡팡~” 해주는 어이없는 상황.. -_-;; 이지만 나름대로 진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시 소집 후 기초체력 검사가 있었다. (달리기 등)

저녁에 행정보급관이 우리들을 소집해놓고 계속 돈을 쓰게 한다. -_-; 장갑이나 기념우표, 편지지, 사진(추후촬영) 등을 사게 하는데 어지간하면 안사도 되지만 상황봐서 결정하는게 좋을듯.
하지만 겨울에 가면 두껍고 싼 가죽장갑 정도는 미리 준비해가라고 하고 싶다. 살거 다 사면 3만원 정도 될듯 하니 훈련갈때 약 5만원정도 미리 준비하는게 좋을것 같다.

부모님께 대한 편지도 작성했다. 바로 보내는 것은 아니고 추후 보낸다고 한다. 앞으로도 틈틈이 편지쓸 시간 정도는 주어지는 것 같다.

오늘부터는 불침번 업무 이외에도 위병소 경계근무를 서게 된다. 경계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로 써먹게 되는 것인데, 내무반 불침번 외에도 야외의 각 시설로 나가서 실제로 경계업무 보는 기간병들을 보조하게 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같이 나가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는 기간병을 상대(?)하거나 기간병이 피곤해서 졸고 있는 사이에 경계근무를 대신 해주는 것이다. (솔직히 북한 간첩이 들어올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 위병소 근무는 취침후(10~11)나 기상직전(5~6)에는 사람왕래가 많기 때문에 조금 피곤하다.

여담으로… 들어온 이래 3일 동안 X을 못쌌다. ㅠ_ㅠ 이건 나만 그런것은 아니니 놀리거나 걱정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

10월 30일 (목)

오늘도 점호할때 구보나 체조 생략. 오전에는 군대예절에 대한 이론 (경례법이나 기초제식 등), 오후에는 제식과 간단한 실습등을 하게 되었다. 날씨는 매우 더웠다. 이틀전 받은 목도리와 깔깔이가 보기 싫어졌다. 그런데 아침저녁은 추워서 감기를 조심해야할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는 옷입는 것도 복잡한 편이고, ‘환복’이라고 말하는 옷갈아입는 일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처음엔 어리버리했지만 3-4일 정도 되니 어느정도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들 각자 나름대로의 빠른 ‘환복’의 노하우를 익일 수 있다. 쉬운말로 “요령피운다”라고도 한다. 냐하하~

10월 31일 (금)

오늘 일과는 오전에 수류탄, 오후에 구급법 이론과 실습이 있다. 수류탄 수업에는 병특(4급) 훈련이기 때문에 실습용 신관만 가지고 던져서 터트려 보는 연습을 하는데 이건 불꽃놀이 화약 같지만, 손에서 터지면 나름대로 손바닥을 찢어놓을수는 있다고 한다. ㅡ.ㅡ;;; 현역 훈련을 받는 사람들은 오리지날 수류탄을 가지고 실습을 한다고 한다.

실습이 끝난 후 실제로 오리지날 수류탄의 시범을 조교들이 보여줬는데 그 위력은 의외로 엄청났다. 약 100m 정도 떨어진 산중에서 시범을 보였는데 소리도 엄청나게 크고, 위력도 대단하다. 덧붙여 ‘크레모어’도 실제로 두번이나 시범을 보여줬는데…. 기폭제가 C4 670g 정도라고 하는데, 상상한 것 이상으로 영화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ㅡ.ㅡ;; 아무튼 실제로 봐야 대기가 밀려오는 것을 느끼면서 그 위력을 체감할 수 있을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점심을 후딱 먹은 후 바로 구급법 수업에 들어갔다. 비상 응급처치 이론과 붕대등을 이용한 실습 등등… 이번 기수가 사람이 많긴 하나보다. 전체적으로 일정이 시간이 쫓기고 있었다.

처음으로 오늘 면도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전기면도기 이후 이건 처음 써보지만 역시 취향엔 안맞는다) 그리고 두발검사 때에 걸려서 거의 1cm길이의 빡빡머리가 되었다. ㅠ_ㅠ (나중에 알게 되지만 아주 빡빡 밀고 오지 않는 한, 한번씩은 다 이발을 당하게 되어있었다) 어찌나 서럽던지..ㅡㅡ;;;

Update in 2019.04.19
나는 짧은머리에 대해 굉장한 반감이 있다.

오늘 불침번은 초번(10~11) 잠 안자고 11시까지 서다가 6시까지 내리 자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

11월 1일 (토)

처음 맞는 주말. 원래 공식적인 일정은 12시까지이다. 아침엔 청소와 정신교육(간단한 이론수업이며 듣기만 하면 된다) 점심식사후 사진을 찍게 된다. 원래 한달 훈련이라 처음으로 외부인을 보게 되지만 한달 훈련이라 그런지 군인 특유의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사진찍을때는 전체 사진, 내무반별 사진, 5인별 사진, 개인 사진 등을 찍게 되는데 훈병들이 들떠서 그런지 통제가 제대로 안되고 드디어 조교들이 빡돌아서 결국 얼차려를 받게 되었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연병장에서 엄청나게 굴렀다. ㅠ_ㅠ 한 30분을 빡세게 구르고 샤워를 시켜주었다. (물론 샤워도 오늘이 처음)

저녁식사 후에는 야외에 내놓았던 모포나 포단의 정리, 보급품의 상태 확인 등으로 많이 바빴다. 첫 토요일이라 바쁜 것 같았다.

여담으로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첫주 토요일 얼차려는 거의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ㅡ.ㅡ;; 사진찍다 보면 다들 느슨해지고 여기서 조교들이 열받을(?) 일은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상황이 연결되어 군기를 잡을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한다. (우리때는 누가 땅에 침을 뱉었다 ㅠ_ㅠ)

11월 2일 (일)

원래 일정표 상으로는 일요일은 아예 표기되어 있지 않다. 점호도 대충 취하게 되는데, 오늘은 기상시간이 6시가 아닌 +1한 7시였기 때문에 상쾌하게 기상을 하였다. 일주일 내내 일요일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말그대로 아무 일도 안하게 된다. ㅡ.ㅡ;;;

일요일의 가장 큰 행사이며 군대생활의 휴식이라면 초코파이를 먹을 수 있는 종교활동이 아닌가 싶다. ^^ 종교활동은 오전엔 불교, 오후엔 천주교, 밤에 기독교 행사가 있기 때문에 하나를 선택해서 참가하는 식이다. 나는 기독교를 선택했고, 밤에 가서 햄버거와 사이다캔을 받아왔다.
오전에는 영화를 한편 보고 (장화와 홍련) 오후에는 내무반에 비치된 ‘좋은생각’을 신나게 읽었다. 물론 훈병이기 때문에 누워서 보거나 벽에 기대서 보는 등 삐딱한 자세는 바로 얼차려가 들어오게 된다. -_-;;

Update in. 2019.04.19
임수정과 문근영의 인생작 – 장화와 홍련… 아 이때 했던 영화구나, 세월이 벌써 이렇게…

밤에는 최초로 위병소 근무를 서게 되었다. 나와 함께 3명이서 탄약고 보초를 서게 되었는데, 기간병(상병)이 신세한탄을 하는 것이었다. 그의 나이는 21세. -_-; 우리 나이는 24(당시의 본인) 27 28.. ㅡ.ㅡ;; “시간 많이 남았으니 지금 공부해도 늦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신분차(훈련병 VS 상병)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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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ilseo 댓글:

    답글보고 답방합니다. ^^
    저도 잠실쪽에 사는 병특인데.. 아직 훈련은 안다녀왔거든요..
    올해 12월 27일에 28사단으로 갑니다..
    이 글이 많이 도움되겠네요.. 잘 읽고 가겠습니다 🙂

  2. hoya 댓글:

    전 병특은 아닙니다만.. 잼나네요…^^ 훈련받으실때 쓰신건가요??
    수양록이라 그러던가.. 잘 생각이…^^;;;

  3. D 댓글:

    http://esti.egloos.com/685454/

    Ferry Corsten – Ligaya 곡 검색하다가 어떤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코멘트에 플저드 보이길래 들어왔더니 맞네-_-;;;;;;; 웹 참 좁네.. ㅎㅎㅎ

  4. 벙굴 댓글:

    저도 올해 12월 17일에 4주훈련 갑니다.. ^^
    많은 도움이 될것 같아요 감사해요..~

  5. 플저드 댓글:

    벙굴// 오오~ 한겨울 훈련을 받으시겠네요. ㅠ_ㅠ 들어가시기 전에 연재 빨리빨리 끝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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